Chanwook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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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을 모티브로 산기슭의 ‘기슭’ 두 글자를 따와 상호로 쓰고 있는 칵테일 바, 연신내 인근 주택가에 숨겨진 듯 자리하고 있다. 월드 50 베스트 바 디스커버리에 소개되기도 했다.
비록 순위권에 오른 건 아니지만 은평구에 이런 바가 있다는 것만으로 신기해 그동안 방문을 벼르던 중이었다. 오후 8시에 오픈하길래 중국소흘에서 식사를 마치고 2차로 왔다.
일단 분위기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어둡고 검은 톤의 실내를 등불 같은 조명이 훤히 비추고 있어 오직 밤을 위한 공간 같았다. 호기심이 많은지라 환한 바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첫 방문이다 보니 바텐더께서 친근하게 메뉴를 설명해 주셨고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칵테일은 악수, 포옹, 입맞춤 이렇게 세 종류가 준비돼 있다. 비슷한 도수끼리 구분한 거다.
제일 도수가 낮은 악수에서부터 입맞춤으로 갈 플랜을 짜고 첫 잔은 악수에 있는 북한산을 주문했다. 기본 안주로는 인당 하나씩 뻥튀기가 제공되었으며 떨어지면 리필도 해주셨다.
기본 안주는 뻥튀기에 그치지 않고 학창 시절에 보던 반가운 불량식품까지 하나 고를 수 있었다. 뭐가 뭔지는 기억이 안 나 북한산과 어울리는 걸 추천받아 고른 꾀돌이와 꽈배기
바텐더와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웰컴 드링크로 생맥주 한 컵을 받았고 너무 맛있길래 무슨 맥주인가 여쭤봤더니 카스였다. 탭 관리에 신경을 쓰신다는 말이 확 와닿았다.
북한산은 압생트와 아마로, 이 두 증류주와 리큐어를 베이스로 만들어진다. 이외 스파이스를 더할 생강과 상큼한 레몬 그리고 북한산의 풀 내음을 형상화할 민트 등이 들어간다.
식용 색소가 첨가돼 색감적인 비주얼은 지금껏 먹은 칵테일 중에서 한 손가락에 꼽고 맛도 나쁘지 않았다. 탄산을 넣어 하이볼처럼 가볍고 청량했으며 민트의 개운함이 잘 느껴졌다.
북한산 다음으로는 포옹은 스킵하고 깔끔히 마무리하려 바로 입맞춤에 있는 네그로니를 시켰다. 리몬첼로, 베르무트 베이스의 셔벗 칵테일로 상큼한 슬러시류 디저트 같아 좋았다.
재밌는 콘셉트의 칵테일들이 많아 종이 메뉴판을 계속 들여다봤는데 뒤집어보니 종이비행기를 접을 수 있게끔 점선이 그려져 있었다. 지나칠 수 없고 술기운도 올라 열심히 접었다.
총평하면 기발한 아이디어와 유쾌한 바텐더들이 머무는 탈동네급 바, 불광동 주민으로서 동네에 내로라할 바를 알게 되어 기쁘다. 새벽 5시까지 하니 앞으로도 종종 오지 않을까
PS. 종이비행기는 날리자마자 추락